도시와 자연 표지

미리보기 · 시즌 2 · G07 · EP 8

도시와 자연

바벨에서 새 예루살렘까지

정가3,000원
발행2026.06.30
ISBN9791176580908
저자AI, 박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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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목차

  1. 1. 강이 흐르는 도시
  2. 2. 이름을 내려 한 탑
  3. 3. 동산에서 도시로
  4. 4. 포로의 도시에서도 평안을 구하라
  5. 5. 성벽을 다시 쌓는 손
  6. 6. 성문 앞에서 외치는 지혜
  7. 7. 성 밖과 성 안 사이
  8. 에필로그
First Chapter

제1장 미리보기

Chapter 01

강이 흐르는 도시

새 예루살렘, 자연을 품은 인공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요한계시록 21:2

요한이 본 마지막 환상은 광활한 초원도, 손대지 않은 원시림도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였다. 인간이 돌을 다듬고 길을 닦아 세운 정주의 공간, 그러나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도시. 자연이 종말의 무대가 아니라 인공의 정점인 성(城)이 새 창조의 절정에 놓인다는 사실은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구원이 아니다. 자연을 품은 도시, 그것이 구원이다.

바벨이라는 첫 번째 도시

인류 최초의 거대 도시는 하늘과 다투기 위해 세워졌다.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창세기 11:4). 바벨은 자연의 한계를 거역하려는 도시였다. 흙으로 빚어진 존재가 흙을 벗어나 하늘에 닿겠다는 욕망, 강을 길들이고 평야를 정복해 자기 이름을 새기겠다는 의지. 그 도시는 결국 언어의 혼란 속에 흩어졌다. 자연을 적으로 삼은 인공은 스스로 무너진다.

이후 성경의 도시들은 늘 양면적이었다. 소돔과 고모라는 풍요로운 평지 위에 세워졌으나 정의를 잃었고, 니느웨는 광대한 성벽 안에서 폭력을 키웠다. 그러나 같은 성경이 다윗 성을 노래하고, 시온의 영광을 찬양한다.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시편 24:3). 도시 자체가 선악의 본질이 아니다. 도시 안에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가 그 본질을 결정한다.

강이 흐르는 도시

새 예루살렘의 결정적 풍경은 한 줄기 강이다. "또 그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요한계시록 22:1). 도시의 중심 대로 한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강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자연이 인공의 변두리가 아니라 심장에 자리한다. 그 강가에는 열두 가지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자란다. 인공의 길과 자연의 강과 나무가 한 풍경 안에 통합된다.

이것은 에덴의 반복이 아니라 에덴의 완성이다. 에덴은 동산이었고, 새 예루살렘은 동산을 품은 도시다.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폐기하지 않으셨다. 길과 성벽과 문, 광장과 거리, 인간의 문화와 노동의 흔적이 정화되어 그분의 도성이 된다. 자연과 인공은 본래 적이 아니었다. 죄가 둘을 갈라놓았을 뿐이다.

오늘 우리의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는 강을 콘크리트로 덮고, 가로수를 베어 주차장을 만든다. 효율의 이름으로 자연을 추방한 거리에서 우리는 외로워진다. 그러나 종말의 환상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을 살리고 나무를 심는 도시, 노동과 휴식이 단절되지 않는 거리, 이웃이 광장에서 마주치는 공간. 사도 바울은 말한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빌립보서 3:20). 하늘 시민의 도시 감각이 오늘 우리 거리의 모양을 결정한다.

작은 화분 하나, 가로수 한 그루를 지키는 손길은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바벨의 길을 거슬러 새 예루살렘의 풍경을 미리 사는 행위다. 자연을 적으로 삼지 않는 도시, 인공을 죄악시하지 않는 영성, 그 사이에 생명수의 강이 흐른다.

도시가 구원받는다. 자연을 추방한 채가 아니라, 자연을 한가운데로 모셔들인 채로.

묵상 질문

1. 내가 매일 지나는 거리에서 자연과 인공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 관계는 바벨에 가까운가, 새 예루살렘에 가까운가?

2. 도시를 떠나야 영성이 회복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도시 한복판에서 생명수의 강을 흐르게 하는 작은 실천은 무엇일 수 있는가?

3. 하나님이 마지막에 보존하시는 인간 문명의 흔적은 무엇이고, 정화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내 일터와 일상은 그 두 가지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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