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표지

미리보기 · 시즌 2 · G03 · EP 9

원수

용서와 화해

정가3,000원
발행2026.06.30
ISBN9791176580519
저자AI, 박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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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목차

  1. 1.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
  2. 2. 숯불을 머리에 쌓는 길
  3. 3. 다윗이 칼을 거둔 동굴
  4. 4. 감정이 아닌 의지의 작업
  5. 5. 스데반의 무릎 꿇음
  6. 6. 화해의 가능성과 그 한계
  7. 7. 철벽에 새겨진 새 이름
  8. 에필로그
First Chapter

제1장 미리보기

Chapter 01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

산상수훈이 뒤집은 사랑의 경계

그분은 산상에서 가르치셨다. 무리에게가 아니라 제자에게, 무리가 들으라고. 율법의 한 자, 한 획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고 선언하신 그 입에서, 가장 좁고 가장 높은 길이 흘러나왔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5:44

이 한 문장이 본 권의 무게중심이다. 사랑하라, 그것도 원수를. 기도하라, 그것도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이 명령 앞에서 사람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못 한다고 돌아서는 자와, 못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무는 자.

미워할 권리를 포기하는 자리

원수는 환상이 아니다. 이름과 얼굴과 날짜를 가진 실재다. 우리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그가 잘못했다"는 사실 자체다. 그가 잘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미워할 권리를 갖는다. 정의의 이름으로, 상식의 이름으로, 상처의 이름으로. 예수의 명령이 두려운 것은 바로 이 권리를 내려놓으라 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께서는 그 권리가 본래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된바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로마서 12:19

미워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보복의 권리를 본래 주인이신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일이다. 내 손에서 칼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 칼이 본디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욥은 자기를 비방한 친구들을 위해 기도한 후에야 결박이 풀렸다(욥기 42:10).

철벽에 새기는 이름

용서는 망각이 아니다. 잊으라는 명령은 성경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기억하라 하신다. 다만 다른 이름으로 새기라 하신다. 분노로 새겼던 이름을 긍휼로 다시 새기는 일—그 자리는 모래밭이 아니라 철벽이다. 쉽게 지워지지 않기에, 쉽게 다시 새겨지지도 않는다.

예레미야는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백성에게 이렇게 전했다.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

예레미야 29:7

원수의 도성을 위해 기도하라—이것이 옛 언약 속에서도 이미 흐르던 복음의 강이었다. 스데반은 돌에 맞으면서 자신을 죽이는 자들을 위해 기도했고(사도행전 7:60), 그 기도의 자장(磁場) 안에서 바울이 태어났다.

하나님 자녀 됨의 표징

예수께서 원수 사랑을 명하신 이유는 분명하다.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함께 비추시고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함께 내리시는 그 아버지의 자녀로 살라 하심이다. 원수 사랑은 도덕적 우월이 아니라 혈통의 증거다.

오늘, 미워할 자격이 가장 충분한 그 이름 하나를 떠올려 보라. 잊으려 애쓰지 말고, 다른 잉크로 다시 새겨 보라. 그 이름 위에 한 줄, "주여 저를 위해 기도합니다."

화해가 늘 가능하지는 않다. 어떤 관계는 두 사람의 동의 없이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과 기도는 한 사람만으로 시작된다. 화해는 닫힌 문일 수 있어도, 원수 사랑의 문은 늘 내 쪽에서 먼저 열린다.

묵상 질문

1. 내가 지금 "미워할 권리"를 붙들고 있는 이름이 있다면 누구이며, 그 권리를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일이 왜 이토록 어려운가?

2. 그 이름을 철벽에 새긴 옛 잉크는 무엇이며, 오늘 어떤 새 잉크로 다시 새기고 싶은가?

3. 화해가 당장 불가능한 관계 안에서, 나 혼자서 시작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첫 한 걸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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