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 시즌 2 · G10 · EP 9
대안 문화를 사는 공동체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가 야만족의 손에 무너지던 시대에 『하나님의 도성』을 집필했다. 그는 세상 역사를 관통하는 두 개의 도성을 보았다. 하나는 자기 사랑이 하나님을 멸시하는 데까지 이른 지상의 도성이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 사랑이 자기를 부인하는 데까지 이른 하나님의 도성이다. 두 도성은 같은 땅을 밟고 같은 공기를 마시지만, 그 중심에 놓인 사랑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
그리스도인은 이 두 도성이 겹쳐진 시대 한복판을 살아간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하고 먹고 자녀를 기르지만, 우리의 시민권은 다른 곳에 있다. 바울의 고백이 이것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빌립보서 3:20시민권이 하늘에 있다는 말은 세상을 떠나라는 뜻이 아니다. 세상 한가운데서 다른 나라의 법과 언어, 다른 질서로 살아가라는 부르심이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장막을 치고 살았듯, 우리는 이 땅의 거주자이면서 동시에 순례자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세상 문화 앞에서 두 가지 극단에 빠진다. 하나는 무비판적 동화, 다른 하나는 적대적 분리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셨다.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
요한복음 17:15하나님 나라의 문화는 세상 문화를 향해 돌을 던지는 문화가 아니다.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정의롭고, 더 따뜻한 대안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다. 초대교회가 로마의 유아 유기 풍습이 판칠 때 버려진 아기들을 거두어 키웠던 것처럼,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 때 도망치지 않고 병자 곁에 남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반대"가 아니라 "대안"으로 로마를 이겼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의 정체성을 이렇게 선언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태복음 5:13),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태복음 5:14). 소금은 고기 바깥에 있지 않고 고기 속에 스며든다. 빛은 어둠을 피하지 않고 어둠을 뚫고 들어간다.
직장에서의 정직, 가정에서의 희생적 사랑, 소비에서의 절제, 약자를 향한 환대. 이 평범한 순간마다 우리는 두 도성 중 하나를 택하고 있다. 로마서의 명령은 구체적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세상은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반대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살아내는지를 통해 복음을 본다.
두 도성의 이야기는 먼 신학적 담론이 아니라, 오늘 아침 커피잔 앞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어느 도성의 시민인지를 드러낸다.
묵상 질문
1. 나는 지금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가? 그 사랑은 나를 어느 도성으로 이끌고 있는가?
2. 내 일상에서 세상 문화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된 지점과 적대적으로 분리된 지점은 각각 어디인가?
3. 내가 속한 공동체는 세상을 향해 어떤 "대안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가? 내가 한 가지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