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화해 표지

미리보기 · 시즌 2 · G05 · EP 6

십자가와 화해

담장이 허물어지다

정가3,000원
발행2026.06.30
ISBN9791176580687
저자AI, 박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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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목차

  1. 1. 담을 허무신 분
  2. 2. 수직의 화해
  3. 3. 수평의 화해
  4. 4. 화해의 직분
  5. 5. 분리의 끝, 새 인격의 시작
  6. 6. 형제의 얼굴
  7. 7. 샬롬, 만물의 회복
  8. 에필로그
First Chapter

제1장 미리보기

Chapter 01

담을 허무신 분

한 거실이 된 두 방

에베소서의 사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에베소서 2:14). 화평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친히 화평이신 분. 이 한 마디가 본 권 전체의 무게중심이다. 그분은 평화 협정의 중재자가 아니라, 그 자신이 두 세계가 만나는 자리다.

담은 왜 거기 있었는가

예루살렘 성전 안뜰에는 이방인 뜰과 유대인 뜰을 가르는 낮은 돌담이 있었다. 그 담을 넘는 이방인은 사형이라는 경고문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그 돌담보다 더 단단한 담은 사람 마음 안쪽에 세워진 담이었다. 율법은 거룩한 백성을 보존하기 위한 울타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 울타리는 "우리"와 "저들"을 가르는 벽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더 깊은 담은 따로 있었다.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담. 에덴 동쪽 그룹과 두루 도는 화염검(창세기 3:24)이 가로막은 그 길. 사도 이사야는 그 단절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갈라 놓았고 너희 죄가 그의 얼굴을 가리어서 너희에게서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라"

이사야 59:2

두 개의 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의 담, 그리고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수직의 담. 이 둘은 따로 서 있는 듯하지만 실은 같은 뿌리에서 자랐다. 하나님과 멀어진 사람은 반드시 옆 사람과도 멀어진다. 가인의 첫 살인이 예배의 자리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방을 한 거실로

오래된 집 한가운데 벽이 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한쪽 방의 가족은 다른 쪽 방의 식탁을 알지 못한다.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도 서로 다른 공기를 마신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벽이 무너진다. 두 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거실이 된다. 가구의 자리가 바뀌고, 빛이 새로 흐르고, 식탁이 길어진다.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이 그러하다. 그분은 유대인의 뜰을 무너뜨려 이방인의 뜰로 만들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이방인을 유대인으로 둔갑시키지도 않으셨다. 둘로 한 새 사람을 지으셨다. 이것이 바울이 거듭 말한 "새 피조물"(고린도후서 5:17)의 사회적 얼굴이다. 화해는 한쪽이 다른 쪽에 흡수되는 일이 아니라, 둘 다 새 인격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이 동시성이 결정적이다—그 같은 십자가가 위로 향한 담도 무너뜨렸다. 성전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진 그 순간(누가복음 23:45), 수평의 화해와 수직의 화해는 한 사건의 두 얼굴이었다. 하나만 떼어내려 하면 둘 다 잃는다.

분리의 끝, 새 인격의 시작

화해는 단순히 싸움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화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무엇이 끝나는가? 분리가 끝난다. 무엇이 시작되는가? 새 인격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화해받은 사람은 화해의 직분을 받은 사람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

고린도후서 5:18

오늘 당신 안에 서 있는 담을 떠올려 보라. 용서하지 못한 가족, 이해할 수 없는 동료, 외면해 온 이웃, 그리고 무엇보다—고개 들기 두려운 하나님과의 거리. 그 담들은 각각 다른 담처럼 보이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는 한 담의 다른 면일 뿐이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흔들린다.

그분은 화평을 만드신 분이 아니라, 친히 화평이신 분이다. 그러므로 화해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 이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할 그분의 인격이다.

묵상 질문

1. 내 삶에서 지금 가장 단단하게 서 있는 "담"은 누구와의 사이에 있는가? 그 담은 정말 그 사람과의 담인가, 아니면 하나님과의 담의 그림자인가?

2. 그리스도께서 "화평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친히 화평이신 분"이라는 차이가 내 신앙의 자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

3. 두 방이 한 거실이 된다는 비유에서, 내 식탁에는 누구의 자리가 새로 놓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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