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 시즌 2 · G03 · EP 4
다윗과 요나단의 언약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기를 마치매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니라." (사무엘상 18:1) 골리앗을 쓰러뜨린 소년이 사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을 때, 왕궁의 한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결속의 순간이 일어났다. 왕세자 요나단이 평민 출신 목동을 향해 마음을 기울인 그 찰나, 인류 역사에 새로운 종류의 관계가 태어났다. 피로 묶이지 않은 영혼,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영혼이 서로를 향해 의지적으로 걸어 들어간 사건이다.
두 사람의 만남 직후, 요나단은 자신이 입었던 겉옷과 군복, 칼과 활과 띠까지 다윗에게 건넨다. "요나단이 자기가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자기의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사무엘상 18:4) 이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왕좌의 계승자가 자신의 신분을 표상하는 모든 것을 벗어 한 사람에게 입힌 것이다. 친구라는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시각적인 장면이다. 한 옷을 나누어 입은 두 영혼—이는 곧 한 자아의 경계를 열어 타인을 그 안에 들이는 결단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전도서 4:9-10고대 근동에서 가장 견고한 끈은 혈연이었다. 그러나 다윗과 요나단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그들은 언약을 맺었다.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여 더불어 언약을 맺었으며."(사무엘상 18:3) 언약은 감정이 식어도 깨지지 않도록 의지로 묶는 끈이다. 친구 관계가 흔들리는 이유는 대개 그것을 감정의 자연 발생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이 보여주는 친구는 감정 위에 세운 의지, 의지 위에 새긴 약속이다. 잠언은 이렇게 증언한다.
"친구는 사랑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를 위하여 났느니라."
잠언 17:17혈연이 자동으로 주어진 관계라면, 친구는 선택된 관계다. 그래서 더 약해 보이지만, 동시에 더 거룩하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호칭이 "내 벗"(이사야 41:8)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창조주가 인간과 맺기 원하시는 관계의 정점이 바로 친구였다. 예수께서도 제자들을 향해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요한복음 15:15)라고 선언하셨다. 친구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신학적 무게를 지닌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친구를 우연의 산물로 여긴다. 같은 학교, 같은 직장, 같은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어쩌다 마음이 맞는 누군가가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나단이 다윗에게 다가간 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친구를 만나는 일은 운명이지만, 친구로 남는 일은 결단이다. 오늘 우리가 누군가의 옷을 벗어 입혀줄 만큼 마음을 열고 있는지, 아니면 안전한 거리만 유지한 채 친구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친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로 결심할 때 비로소 태어난다.
묵상 질문
1.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내 겉옷을, 곧 나를 지탱하는 신분과 안전을 벗어 건넬 만큼의 친구를 가지고 있는가? 혹은 그런 친구가 되어 본 적이 있는가?
2. 내 우정은 감정의 자연 발생물에 머무는가, 아니면 의지로 새긴 언약의 자리까지 이르렀는가?
3. 하나님께서 나를 "내 벗"이라 부르신다면, 나는 그 호칭에 어울리는 응답을 어떤 모습으로 드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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