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 시즌 2 · G03 · EP 1
한 몸의 비밀
창조의 첫 페이지에서 하나님은 사람의 외로움을 보시고 한 가지 결단을 내리신다. 그것은 단순한 동반자 제공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구조를 바꾸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이야말로 부부라는 신비가 출발하는 자리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세기 2:24이 짧은 한 절 안에 부부 신학의 모든 무게가 실려 있다. 떠남, 합함, 한 몸—세 동사가 하나의 강줄기처럼 흘러간다. 떠나야 합하고, 합해야 한 몸이 된다. 두 강이 만나 한 강을 이루듯, 각자의 발원지에서 흘러온 두 생애가 만나 새로운 강이 되는 것이다. 그 강은 더 이상 어느 한쪽의 강이 아니다.
한 몸의 신비는 역설적으로 분리에서 시작된다. 부모를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지의 이동이 아니라, 정서적·영적 무게중심의 이동이다. 이전의 모든 안전한 울타리를 떠나 새로운 언약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한 몸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떠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합해질 수 없고, 합해지지 못한 두 사람은 끝내 한 몸의 신비를 알 수 없다.
여호와의 말씀이 이 떠남의 무거움을 다시 일깨운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신명기 6:4유일하신 하나님이 한 분이시듯, 부부의 무게중심도 둘이 아닌 하나로 모인다. 결혼은 두 사람이 각자의 왕국을 유지하는 연합이 아니라, 두 왕국이 무너지고 새로운 한 나라가 세워지는 사건이다.
그러나 한 몸은 결코 동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이 합쳐져도 물줄기 속의 물 한 방울 한 방울은 그대로 존재한다. 한 몸은 두 인격이 녹아 사라지는 융합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자기를 내어주는 상호성이다. 사도 바울이 부부 관계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모형으로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에베소서 5:32그리스도와 교회가 한 몸이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이고 교회는 교회인 것처럼, 부부는 한 몸이되 남편은 남편이고 아내는 아내다. 서로의 다름이 사라지면 한 몸도 사라진다. 다름이 있기에 내어줌이 있고, 내어줌이 있기에 결합이 깊어진다.
한 몸의 신비는 결혼식 단상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약속이다. 전도자의 고백처럼 함께 누우면 따뜻하고 일어나 다시 살아가는 일상의 자리에서 한 몸은 짜여 간다.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전도서 4:11한쪽이 약해질 때 다른 쪽이 따뜻해지고, 한쪽이 흔들릴 때 다른 쪽이 닻이 되어 주는 자리. 잠언 기자가 말한 대로 친구보다 더 가까이 붙는 사랑(잠언 18:24)이 부부 안에서 가장 짙게 구현된다. 오늘 아침 식탁의 한마디, 잠들기 전 건네는 한 번의 손길—이 작은 것들이 두 강을 한 강으로 묶어 가는 물길이다.
한 몸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평생 흘러가는 강이다. 오늘 우리는 그 강의 어느 굽이에 서 있는가.
묵상 질문
1. 나는 부모의 집을 진정으로 '떠나' 배우자와 새로운 무게중심을 세웠는가, 아니면 아직도 마음의 한 자락을 옛 자리에 두고 있는가?
2. 한 몸이 동일성이 아니라 상호성이라면, 나는 배우자의 '다름'을 위협으로 느끼는가 선물로 받아들이는가?
3. 오늘 하루, 두 강이 한 강을 이루는 작은 합류 지점을 어디에서 만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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