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 시즌 2 · G08 · EP 3
침묵 속 하나님을 향함
기도의 자리에 앉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입을 연다. 무엇을 아뢸까, 어떻게 설득할까, 어떤 말로 시작할까 고민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미 우리의 필요를 알고 계시는 아버지이시다. 관상기도는 그 앎 앞에서 말을 내려놓는 기도다. 그것은 더 많은 말을 쌓아 올려 하늘에 닿으려는 기도가 아니라, 이미 임재하신 하나님 앞에 조용히 서는 영혼의 자세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편 46편 10절엘리야가 호렙산 동굴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하나님은 강한 바람이나 지진, 불 가운데 계시지 않으셨다. 모든 요란함이 지나간 뒤에 들려온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셨다. 관상기도는 바로 그 세미한 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의 입을 잠시 닫는 훈련이다. 말을 많이 한다고 응답이 빨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말이 멈출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이 마음 깊은 곳에 울려 퍼진다.
지극히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열왕기상 19장 12절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두려워한다. 침묵 속에서 떠오르는 자신의 민낯, 해결되지 않은 상처, 억눌린 감정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듣고, 움직인다. 그러나 관상기도는 그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하나님의 시선 아래 그대로 머무는 일이다. 내가 나를 정리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분 앞에 있기만 하면 된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던 그 자리, 그것이 관상의 자리다.
하나님은 당신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이 침묵할 때에도 이미 사랑하고 계신 분이다.
관상기도는 수도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좋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을 끄고 조용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어 보라. 기도문을 외울 필요도, 요청 목록을 정리할 필요도 없다. 단지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한 번만 고백하면 충분하다. 그 고요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고, 지친 영혼을 회복시키신다. 기도는 성취가 아니라 현존이다.
묵상 질문
1. 나는 기도할 때 말하는 시간과 침묵하는 시간 중 어느 쪽에 더 머무르고 있는가?
2.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머무는 것이 두렵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오늘 하루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10분간의 고요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