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 시즌 2 · G04 · EP 6
로뎀나무 아래서
갈멜산의 하늘은 팽팽했다. 450명의 바알 선지자와 단 한 사람의 여호와의 선지자. 이스라엘 백성은 두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오랫동안 절뚝거렸다. 엘리야는 물을 붓고 또 부었다. 제단은 흠뻑 젖었고, 도랑까지 물이 차올랐다. 인간적인 모든 가능성을 지운 자리에서 그는 조용히 기도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이스라엘 중에서 하나님이 되심과 내가 주의 종이 됨과 내가 주의 말씀대로 이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을 오늘 알게 하옵소서."
열왕기상 18:36불이 내렸다. 번제물과 나무와 돌과 흙을 태우고 도랑의 물까지 핥았다. 백성은 엎드려 부르짖었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바알 선지자들은 기손 시내에서 처단되었고, 하늘이 닫힌 지 삼 년 반 만에 손바닥만 한 구름이 올라와 큰 비가 쏟아졌다. 엘리야는 여호와의 능력에 힘입어 왕의 병거 앞에서 이스르엘까지 달렸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이 이상하다. 이세벨의 협박 한 줄에 엘리야는 광야로 도망친다. 불을 내린 선지자가 로뎀 나무 아래 주저앉아 죽기를 구한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열왕기상 19:4) 영웅의 가면이 벗겨진 자리에, 지친 한 인간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가장 큰 승리 다음 날 가장 깊은 탈진을 만난다. 큰 프로젝트가 끝난 저녁, 중요한 예배 인도를 마친 주일 밤, 간절히 기도하던 응답이 이루어진 바로 그 주간에 까닭 모를 우울과 무력감이 찾아온다. 영적 고지에서 곧장 영적 저지대로 떨어지는 것은 신앙의 실패가 아니라, 육체와 영혼을 함께 가진 인간의 정직한 반응이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엘리야를 꾸짖지 않으셨다. "네가 불을 내린 선지자인데 이 꼴이 무엇이냐"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대신 천사를 보내어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먹으라."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 그가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을 때, 천사가 두 번째로 깨워 말했다.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열왕기상 19:7)
하나님은 번아웃된 엘리야를 책망하지 않고 먹이셨다. 잠을 주셨고, 빵을 주셨고, 그리고 다시 잠을 주셨다. 쉼도 사역이다.
시편 기자는 노래했다. "그가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2) 주님은 제자들에게도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마가복음 6:31) 말씀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부르시는 그분의 음성은 채찍이 아니라 초청이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
오늘 당신이 로뎀 나무 아래 있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반성이 아니라 식사다. 기도 제목을 더 쓰기 전에, 따뜻한 밥을 짓고 이불을 덮고 자라. 하나님은 당신의 생산성을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사랑하신다.
묵상 질문
1. 가장 큰 영적 승리나 성취 뒤에 찾아온 탈진의 경험이 있다면, 그때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대했는가?
2. 나는 '쉼'을 게으름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이 잠과 빵으로 엘리야를 돌보신 방식은 나의 쉼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바꾸는가?
3. 지금 내가 로뎀 나무 아래 있다면, 먼저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먹어야 할까?